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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누는 삶의지게

나는 대한민국 검사다 !

by 勁草 2011.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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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검사다 !

 임은정 검사/법무심의관/법무부

○ 2007. 3. 12.

오늘 내가 특히 민감한 성폭력 사건 재판이 있었다. 6시간에 걸친 증인 신문 시 이례적으로 법정은 고요하다.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 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 느낌. 어렸을 적부터 지속되어 온 짓밟힘에 익숙해져버린 아이들도 있고, 끓어오르는 분노에 치를 떠는 아이들도 있고… 눈물을 말리며 그 손짓을, 그 몸짓을, 그 아우성을 본다. 변호사들은 그 증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막을 수가 없다. 그들은 그들의 본분을 다하는 것일 텐데, 어찌 막을 수가 있을까. 피해자들 대신 세상을 향해 울부짖어 주는 것, 이들 대신 싸워 주는 것, 그리하여 이들에게 이 세상은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 변호사들이 피고인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내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해야겠지. 해야만 할 일이다.

○ 2009. 9. 20.

도가니…. 베스트셀러란 말을 익히 들었지만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잘 아는 아이들의 이야기인 걸 알기에…. 어제 친구들을 기다리며 영풍문고에 들렀다가 결국 구입하고, 빨려들 듯 읽어버렸다. 가명이라 해서 어찌 모를까. 아, 그 아이구나, 그 아이구나…신음하며 책장을 넘긴다.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면 한발 물러서서 사건을 바라보아야 하지만, 더러는 피해자에게 감정이입이 돼버려 눈물을 말려야 할 때가 있다. 그 사건 역시 그러했고….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는 뉴스를 들었다. 2심에서 어떠한 양형요소가 추가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성폭력에 관대한 선고형량을 잘 아는 나로서는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황당해하지 않지만, 치가 떨린다…. 법정이 터져나갈 듯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던 그 열기가, 소리 없는 비명이 기억 저편을 박차고 나온다. 정신이 번쩍 든다. 내가 대신 싸워 주어야 할 사회적 약자들의 절박한 아우성이 밀려든다. 그날 법정에서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말려가며 한 다짐을 다시 내 가슴에 새긴다. 정의를 바로잡는 것. 저들을 대신해서 세상에 소리쳐 주는 것. 난 대한민국 검사다.

 흐리고 암울히 보이기만 했던 회색빛 사법부의 하늘에 청명함을 흩뿌리는 파~란 검사가 존재함에

 오늘이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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